.gif) |
초록보기 |
|
<요 약 문>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민주화 이후 세계화와 사회의 복잡화로 인해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면서 많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당정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사회적 갈등에 대한 국회의 효과적 관리뿐만 아니라 국회 내부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대한 관리도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반복되는 국회의 파행적 의사진행과 성숙하지 못한 국회운영에 기인해 더욱 증가하고 있다. 한국 국회 입법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파행적 의사진행은 민주화 이전과 이후 변하지 않은 채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2008년 체결된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인준, 미디어법 관련한 입법과정, 2009년 노동법 개정, 최근의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한 사례는 정당 간 혹은 정당 내부의 갈등으로 인해 파행을 겪은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일련의 갈등들은 정당 내부와 정당 간의 거버넌스를 통해 관리되기보다 대결구도를 보다 심화시키고, 정기국회 운영에 차질을 빚게 하고 있다. 한국국회의 파행적 운영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와 언론, 학계는 물론 국회 내부에서까지도 국회운영 및 의사결정방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정당 및 집단 단독으로 의사를 효율적으로 운영 할 수 없는 현재의 한국국회의 의사결정구조는 국회의 파행적 운영을 지속시키는 한편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불신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특정사안과 관련한 국회 내부 갈등을 관리하는 메커니즘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은 한국정치의 당면과제이다.
어떤 국가를 막론하더라도 의회 내의 정치적 이해와 아이디어를 달리 하는 집단 혹은 정당 간의 갈등이 존재하지만 성숙한 의회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들에서는 한국 국회에서 나타나는 폭력적 사태와 파행적 국회운영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한국과 미국 모두 정당 간의 이해를 달리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과정을 보면 차이점이 나타난다. 한국 국회는 국회 본회위장과 상임위원회의장을 점거하고 FTA비준 문제를 정당의 최우선순위 선결과제로 하면서 다른 예산안 처리와 기타 입법을 뒤로하는 국회갈등을 지속하였다. 미국 의회에서는 비준안 상정에 앞서 하원의장과 대통령, 관련 상임위원회 의원들 간의 의견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관련한 이익단체들과의 간담회 역시 성사되었다. 특히, 미국의회는 정치 이슈화된 하나의 입법에만 집중하기보다 우선순위를 다르게 조정하여 다른 법안들의 입법화에 차질이 없도록 조정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왜 유독 한국의 국회는 정당 간의 갈등과 정당 내 계파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일까? 국회 내 갈등관리 거버넌스 메커니즘에 대한 국가간 비교 연구는 현재 한국이 당면한 국회의 긴급한 문제를 경험적이고 비교이론적인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가 제기하는 연구의 필요성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국회의 내부갈등 관리 메커니즘의 특징을 다른 국가들과의 비교를 통해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이론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둘째. 한국 국회에서 고착화되고 있는 파행적 의사진행과 갈등이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원인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의 대의민주주의의 성숙 논의에 있어 제도와 문화 간 역동적인 상호관련성을 이론적이고 실증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2. 연구 개발의 내용 및 범위
정치학 분야에서 국회 내부의 의사 결정과 관련된 기존의 연구들은 크게 2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첫 번째 접근은 정부 구성의 형태와 의회 내부의 의사 결정 과정과 같은 제도적 차원에서 의회 내 의사 결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고, 두 번째 접근은 문화와 행위자의 수준에서 의원들의 자율성, 계파 정치적 문화의 속성 등을 통해서 국회 운영의 특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회라는 거대한 제도 안에서 의사결정이라는 구조는 의사 결정의 절차라는 제도적 의미와 가치의 결정이라는 행위자의 관념적, 물질적 이해, 그리고 관행과 상호간의 신뢰라는 정치적 문화를 동시에 수반하는 현상이며, 이러한 하위 영역들의 복합적인 화학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고도의 정치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제도와 같은 집합적 수준에서 분석, 가정된 이론적 전제들은 행위자의 수준의 연구에서 적용될 수 없는 이론의 호환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제도, 문화, 행위자를 분절적으로 구분하고 있는 기존의 연구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제도와 문화, 그리고 행위자의 상호작용과 역학적 관계를 집합적, 개인적 수준의 접근을 통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위의 이론적 분석의 수준에 따라 본 연구는 구조, 제도적 차원의 집합적 접근에서 합의제와 다수제 모델, 분점/단점 정부의 여부, 의사 결정 과정 중 필리버스터 등과 같은 집행 정지의 절차, 그리고 정당 간 이념 갈등의 격화와 입법 지연과 같은 현상, 제도 들을 분석하였다. 개인적 수준에서는 계파 혹은 보스 중심의 정치 문화와 유권자 중심의 정치 문화, 정당의 영향력, 리더십의 측면에서 의회 운영에 있어 개인 혹은 문화적 요인이 불러오는 의원 행위의 동인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한국, 미국, 영국 의회의 의사 결정 과정상의 특징을 비교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유사한 성격을 지니는 입법안을 선정하여 각각의 국가가 유사 법안의 처리 과정에서 보여주는 제도적, 혹은 문화적 특이성을 포착하고자 하였다. 비교 대상의 법안은 이라크 전쟁 결정 혹은 파병의 여부와 미디어 관련 법안으로 방송통신 경영권의 겸용에 대한 관한 것이다. 3개 국가의 2가지 법안의 의회 통과 과정을 비교 분석하여, 법안에 찬성-반대하는 주요 행위자의 행위 양상을 지배, 타협, 회피, 협조, 합의 의 5가지 유형으로 분석하였다. 이후 이를 다시 갈등 관리의 측면에서 갈등의 심화-갈등의 해소/ 합의 측면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사례가 보여주는 국가 별 갈등 관리 유형의 차이와 그 특징을 부각하고자 하였다.
3. 연구 결과 및 함의
6개 사례에 대한 비교 분석의 결과 영국의 미디어 법의 사례의 경우 의회 내부 행위자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 및 합의를 통해서 매우 타협적으로 법안이 처리 된 반면, 한국의 미디어 법은 법안에 대한 기습, 직권 상정과 같은 의사 결정의 제도적 절차를 둘러싼 여야 간의 갈등, 리더십 등의 요인으로 인해 매우 갈등적이고 파행적으로 의회가 운영되었다.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전쟁 결정과 관련된 법안은 전쟁을 시작, 참여하려는 대통령과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 및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의회의 제도적 절차에 의하여 매우 지배적인 양상으로 법안이 통과 되었다. 한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의 경우는 이를 둘러싼 격한 사회적 분열 및 찬반양론이 발생하였지만, 의회 자체에서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파병에 찬성하는 측의 압도적인 지지로 인하여 국회 외부적 상황과는 별개로 예상되었던 갈등의 정보보다 원활하게 법안 통과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사례 분석을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의사 결정 방식에 대한 기존 이론의 일괄적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레입하트를 비롯한 대다수의 연구들은 합의제가 다수제에 비해 의회 내부의 갈등관리에 더욱 효과적이라 주장해 왔다. 하지만 본 연구의 결과 다수에 근거한 의사 결정의 결과가 합의적, 타협적 양상에서부터 파행에 이르기 까지 매우 다양하게 발생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곧 다수제가 운용되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양한 의회 운용의 양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따라서 제도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의사 제도의 해석과 관련된 행위자들의 이해의 정도나 문화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정당 혹은 대통령과 총리와 같은 지도자의 판단과 선택이 소속 정당 혹은 찬성과 반대의 세력 형성에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법안의 통과는 상충하는 세력 간의 조정과 연합 형성을 필요로 하며, 개별 의원은 조정과 연합 형성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과업이 주로 정당 혹은 대통령과 같은 리더에게 주어진다. 따라서 지도자의 입장과 의사 조율의 방식이 집합적 수준에서 의회 내분의 세력을 조정, 갈등을 관리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의회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단일 이슈 혹은 정책에 국한되어 발생하고 해소된다기보다는 이슈와 이슈 혹은 정책과 정책의 연계에 의해서 갈등이 지소, 중첩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비슷한 기간에 상정된 법안 혹은 정권에 대한 의회 내의 불만이 지속 가중되는 경우 그 갈등의 경향이 심화되는 경향이 발견된다.
마지막으로 개별 의원들에게 부여된 의사 결정의 자율성은 정책에 대한 교차 투표나 초당적 연합 등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정당의 개별 의원에 대한 낮은 통제력은 개별 이슈에 대한 갈등이 파당적으로 흐르지 않고, 보다 원활한 의회 내부의 갈등 관리 및 의사 교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