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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
본 연구는 한국 이민관련 정책들의 입법과정을 사례 분석함으로써 서론에서 제기한 ‘한국에서 이민관련 정책들은 어떠한 입법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정책으로 나타나게 되었는가? 그리고 이민관련 정책이라 하더라도 정책유형 분류상 다른 정책유형에 속한다면 상이한 입법과정을 거치는가?’ 하는 질문에 해답을 구하려고 시도하였다. 또한 국제규범 모델을 사용, 국내 이민정책 입법과정에 국제인권규범이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 신제도주의 모델을 차용, 입법과정에서 부처 간 경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민정책을 크게 이민통제와 이민자 통합 정책으로 나눈다고 할 때 이민통제 정책의 사례로 고용허가제로 일컬어지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재외동포 출입국 및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을 이민자통합 정책의 예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그리고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이민관련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정책유형 상 다른 유형으로 분류된다면 서로 다른 입법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기존 이민정책 이론에서 정치경제학적 모델이 주장하듯 이민정책은 흔히 정책비용은 분산되고 정책이익은 집중되는 고객정치의 양상을 띤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이민정책의 하부영역에서 사안에 따라 다른 정치모드가 나올 수 있고 한국의 사례에서 고용허가제 도입에 관한 논쟁은 고객정치 모드가 아닌 이익집단정치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고용허가제 입법과정에서는 정책비용과 정책이익이 특정 집단에 집중되어 이익집단 간에 첨예한 대립양상이 있었고 그 결과 입법과정은 논쟁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익집단정치의 결과 어느 한 집단이 처음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보다는 두 집단 간의 타협의 산물로 절충안에 최종 법안으로 채택되었다는 특징을 보였다. 반면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의 사례에서 보이듯 이민자 통합 정책은 전형적인 고객 정치의 특징을 보이며 특별한 반대 없이 신속한 입법과정을 거쳐 의결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재외동포법의 경우 고객정치의 모드에서는 정책비용이 대중들에게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 어렵다는 전제가 있는데 재외동포법의 경우에는 이 법의 적용대상을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있었고 개정론과 폐지론 등 첨여한 대립과 사회적 공론화가 있었다. 이 점에서 재외동포법을 일반적인 고객정치의 유형으로 분류하여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국제규범 모델의 경우 고용허가제 및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설명하는데 큰 설득력을 가지지 못했다. 반면 재외동포법의 사례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논쟁이 법안 제정이나 입법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실증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담론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재외동포법 입법과정에 있어서 재외동포에게 출입국, 체류, 경제활동, 사회보장 등에 있어서 특별 대우를 하는 것이 국제인권규범 특히 인종차별철폐규약 등에 어긋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고 이를 둘러싸고 재외동포법 폐지론자와 개정론자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여타 이민관련 법안의 입법과정에 비해 재외동포법에서 국제인권규범의 영향력이 두드러지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신제도주의 모델에서 강조하는 부처 간 경쟁은 고용허가제 도입 과정을 분석하는데 있어 의미있는 설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산업연수생제도 유지를 주장하면서 고용허가제 도입을 반대한 법무부와 고용허가제 도입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자신의 업무 영역에 포함시키고자 한 노동부 간의 부처 간 경쟁은 외국인 노동자 지원단체에게 일종의 열린 정치적 기회구조를 제공하였고 행정부 내에서 열세에 놓였던 노동부가 외국인 노동자 지원단체와 연대하면서 고용허가제 도입에 있어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또한 부처 간 경쟁은 재외동포법 제정 및 개정과정을 분석하는데 있어 상당한 설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재외동포를 법적 대상으로 삼고자 한 법무부와 재외동포법 폐지론자와 더불어 법무부의 입장을 혈통주의에 입각한 인종차별법으로 규정하며 국제인권조약 위반의 가능성, 중국과의 외교적 분쟁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한 외교통상부 간의 대립이 있었다. 이러한 재외동포법을 둘러싼 견해 차이 이면에는 해외 거주 재외동포와 국내 거주 재외동포를 각기 업무영역으로 삼은 외교통상부와 법무부 간의 경쟁이 있었다. 또한 재외동포법 개정 이후 재중동포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도입된 방문취업제를 둘러싸고는 이를 재외동포의 문제로 바라보는 법무부와 외국인 노동자로 규정한 노동부 간의 경쟁도 첨예했다.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의 경우에는 정책으로부터 파생되는 이익이 집중되는 특정집단을 옹호함으로써 행정부 내 소관부처들은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확장시키려고 하였고 정책비용을 부담하는 기시적인 집단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이들 소관부처는 성공적으로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유지 또는 확대할 수 있었다. 특히 법무부는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제정을 통해 자신의 업무영역을 이민통제에서 이민자 통합으로 확대할 수 있었고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을 통해 다문화가족문제를 가족정책의 일환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업무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기존 이민정책 연구에 있어서 간과되었던 국회 입법과정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기존 연구가 주목했던 시민사회단체의 영향력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 의의를 갖는다. 그리고 한국의 이민 및 다문화 관련 법안의 입법과정에서 국제인권규범이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분석하고자 하였다. 또한 고용허가제에서 나타난 법무부와 노동부 간의 경쟁, 재외동포법 입법과정에서 나타난 외교부와 법무부 간의 경쟁, 그리고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의 사례에서 보듯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사이의 부처 간 각축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