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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약 문>
정치권의 복지논의가 언론과 시민사회 영역에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 복지의 개선과 제도적 확대, 나아가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을 통한 국민생활의 안녕을 바라는 이들에게는 처음 접하게 되는 좋은 기회 일 수 있다.서구의 경우 어느 정당이 집권하는가에 따라 복지정책의 판도와 전체적인 미래 사회질서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주지하듯이 사회민주당 등 진보적 정당이 집권하는 경우 시장의 축소와 복지의 확대가 이루어지지만 보수당이 집권하는 경우 복지축소나 복지확대 억제 등의 조치를 취해 시장의 역할을 늘림으로써 정당별로 복지에 대한 확실한 입장의 차이를 보여주고 더 나아가 전반적인 사회질서의 재편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 최근에 벌어지는 복지정책 논쟁은 우리나라에서도 정당의 차이에 입각한 복지정책의 변화, 그리고 사회질서의 변화가 구조화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데 매우 중요한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즉, 그 동안 정책정당으로서의 기반이 약한 한국 정당이 정책정당으로서 자기변화를 꾀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데 복지관련 이슈는 매우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정당이 지향하는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분석할 경우 복지정책 뿐만 아니라 복지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조세정책, 노동시장정책 등 한국 사회의 미래 예측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본 연구의 핵심적 목적은 한나라당, 민주당 등 두 주요 정당이 6.2 지방선거를 전후하여 내세운 무상급식,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정책과 최근의 복지국가 논쟁에 대한 태도를 분석하여 한국의 주요 정당이 어떤 복지(국가)패러다임을 보이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즉, 한나라당, 민주당 등 주요 정당이 6.2 지방선거 이후 내세우는 주요 복지정책에 대한 정치적 태도를 분석함으로써 한국의 정당들이 어떤 복지패러다임을 보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다. 본 보고서에서 분석한 무상급식, 기초노령연금, 그리고 복지국가패러다임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태도를 분석하여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가져올 수 있다.
첫째, 먼저 무상급식 관련 논쟁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뿐 아니라 보수와 진보,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정치, 사회, 언론 등 전 사회적인 논의로 확장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국 복지국가 논의의 핵심적 사안이 되었다. 이처럼 중요한 사안에 대한 두 정당의 논의과정을 살펴볼 때 각 정당의 복지이념은 논쟁 초기에 명확하게 구분되는 측면이 있었다. 먼저 한나라당은 단계적 무상급식 확대와 저소득층 및 서민 자녀에게 집중하는 방식을 선호하며, 복지제공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우려한다는 측면에서 선별주의적 복지이념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민주당은 전면적 무상급식을 제안함으로써 급여(무상급식)의 권리성을 강조하고 소득수준에 차등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편주의 복지이념을 지향하는 특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논쟁 초기의 양당의 입장이었으며 논쟁이 거듭될수록, 그리고 총선, 대선 등 중요한 선거가 다가올수록 입장의 변화를 보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최근의 변화를 볼 때 두 정당 간 무상급식 논의가 수렴되는 일정부분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초기의 무상급식 논의만으로 두 정당의 복지이념을 단정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다. 이는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이나 사회보험제도와 같은 최근의 논쟁적인 제도영역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둘째,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정당의 태도에서 두 가지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 할 수 있다. 하나는 어느 정당이건 집권당의 위치에 있느냐 혹은 야당의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복지정책을 대하는 태도에 상당한 입장의 차이가 발견되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집권당의 위치에 있을 때에는 기초노령연금의 확대와 연금액 인상에 매우 소극적 입장을 보인 반면, 야당의 위치에 있을 때는 매우 공격적으로 기초노령연금의 대상 확대와 급여액 인상을 주장해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은 두 정당 모두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그 이유는 집권당의 위치에서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가 있었고, 그리고 동시에 정당간의 표의 경쟁 (party competition)이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정당의 태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입장을 평가할 때 일반적으로 규정되는 진보와 보수의 입장이 기초노령연금에 있어서는 상당히 상반된다는 것이다. 흔히 두 정당의 정치적 노선을 평가할 때 한나라당은 보수, 민주당은 상대적 진보로 평가되어 왔다. 하지만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입장에서 두 정당은 일관된 입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야당의 시기에는 시민권에 입각한 파격적인 금액의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매우 진보적 입장을 보였지만 집권당이 되었을 때는 권리에 입각한 보편적 수당의 확대에 극히 소극적인 보수적 입장을 보였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는 한나라당보다 정도는 약하지만 집권당의 시기에는 소극적으로 보편적인 기초노령연금의 확대를 인식했지만 야당의 위치에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입장을 보여주었다. 특히 현재 야당인 민주당이 기초노령연금을 공공부조, 즉 선택주의적 제도로 축소시키려는 정부안에 대해 매우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물론 민주당이 다시 집권당의 위치로 변하는 경우 어떤 태도를 보일지 지켜 볼만하다.
셋째,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복지국가에 대한 태도를 “3+3 보편적 복지”와 박근혜의원의 ‘한국형 복지국가론’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물론 양 당 모두 자신들의 복지국가 패러다임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상태라서 최종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잠정적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한국형 복지모델’은 대내외적 환경변화에 따른 복지제도의 대폭적인 개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기회의 평등과 경제참여의 활성화,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통합, 그리고 한국적 상황에 맞는 생활보장을 핵심적인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복지제도가 사후적인 소득보장형태가 중심이었다면, 박의원의 제안은 생애주기에 맞는 현금이전과 사회서비스의 균형을 통한 예방적 복지를 강조한다. 이는 지난 참여정부 시기 사회투자논의(김연명 편, 2009)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사안이기는 하나, 이것이 보수진영 대표 정당의 대권주자에 의해 제안되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처럼 박근혜 의원의 한국형 복지모델은 참여정부 시기 사회투자론과 상당한 유사성을 갖고 있지만, 이를 통해 박근혜 의원의 제안이 보편주의적인 복지모델을 지향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예방적이고 투자적인 복지지출에 대한 강조 이면에는 제도적 효율성 진작이라는 전통적으로 자유주의 복지국가 이념에서 강조하는 목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의 3+3 복지제안은 분명하게 서구식의 보편주의적 복지국가를 표방하고 있다. 즉 분명하게 선별주의보다는 보편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며, 소위 말하는 전통적 소득보장정책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전통적 복지국가에서 시행되어 오던 소득보장, 의료보장의 급진적 확대와 권리로서의 복지가 매우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의원의 ‘한국형 복지국가’처럼 신사회위험에 대처하는 사회투자형 복지정책에 대한 강조가 매우 강하게 묻어나고 있다. 동시에 사안별로 보면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어느 하나로 귀결된다기 보다 보편과 선별을 혼합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재원조달에 있어서는 여전이 불분명한 지점이 존재하고 있다. 논란이 벌어지는 증세의 입장에서 대해서는 선 세출조정을 거쳐 증세의 문제는 차후에 검토하는 것으로 입장이 정리된 듯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한라당의 한국형복지국가보다는 국가의 복지책임을 더 강조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복지패러다임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의 역사적 경험을 전체적으로 볼 때 민주당은 친 국가복지적 입장을 보여 왔고 상대적으로 한나라당보다 복지 확대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온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즉, 전체적으로 민주당은 서구의 보편적 복지(국가)에 대해 적극적 입장을, 한나라당은 복지확대에 찬성하나 그 방식에 있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비해 복지 확대, 그리고 보편주의적 복지국가 수립을 크게 강조해 오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러나 최근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가 진척되면서 한나라당의 입장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조짐이 감지되고 있고 이것이 한국형 복지국가론으로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평가 속에서도 다음과 같은 점이 주요 복지정책에 대해 양 정당이 취해 온 태도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즉, 복지정책에 있어서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복지 확대 입장을 보이고 있고,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복지 확대에 소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이나 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집권당의 위치에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상당히 가변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올수록 양당 모두 복지정책에서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쪽으로 수렴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총선,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상황인지 아니면 그대로 정당 내에 구조화될 수 있는 측면인지는 좀 더 많은 관찰이 요구된다. |